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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3 04:10 일상
페이스북 트위터등이 생기면서 블로그는 더욱 내게서 멀어져 갔다.
혼자서 이야기해야 하는 이곳엔 글을 쓸만한 꺼리와 그것을 사색할 잠깐의 창의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여행 후엔 취직을 해서 몇달간 쪽 빨리고 나니 쉬는 열흘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방바닥과 애무하고 키스하며
각종 체위를 연마하다 급기야 방바닥도 나도 나가 떨어지게 되었다. 우린 서로 탐닉했고 이제 질렸다.
고로 이제는 방바닥에 애정이 다한 나는 노트북에 애정의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일을 하는 동안 컴퓨터로 시작해서 컴퓨터로 끝나서 그런지 노트북에는 거의 눈길도 주지 않았다.
딱히 열어도 할게 뭐 있겠나, 정치적으로 전혀 중요하지 않은 정치적 가십들이나 읽고 사적으로 전혀 중요하지 않은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 밖엔 없었다. 고로 나는 역시 방바닥이여야만했다. 다시 생각해도 우리 사랑은
몹시 필연적이었군.

처음에는 원없이 자다가 그 다음엔 베트남을 그리며 중간중간 아프리카가 내 사색을 방해했다.
나는 어디로 날아가야 하지? 겨울은 벌써 생각만해도 몹시 청명하군, 젠장 아직 눈도 본격적으로 오지 않았는데
겨울은 몹시 견디기 힘든 시기이다.

대한민국 평균연령으로 치자면 얼추 반을 살아왔다. 살아왔다기 보다는 살아졌다고 해야겠지
이 겨울에 나는 어떤 결론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든다.
아니 어떤 결론이 날 것 같은 묘한 예감.
그것이 무엇이든 나를 파괴하지 않고 가는 길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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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푤라
2011/07/05 04:04 여행




오늘은 태국의 수상버스를 이용해 보았다.

다섯 살 세훈이도 이런 걸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태국의 수상버스는 저렴하고 편리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 같았다.

관광객들을 위한 버스가 따로 있었지만 나는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수상버스를 타보았다.

태국은 이렇게 물이 넘쳐나는 나라인데생수를 사 마셔야 한다니...
평소에는 물을 잘 먹지 않는데 살려면 먹어야지를 연발하며 하루에 생수 몇 통씩을 마셔댄다.
물을 그렇게 마셔도 돌아서면 다시 갈증이 난다.

태국은 참으로 금칠한 절이 많기도 하다. 너무 많이 보게 되니 뭔가 그냥 번쩍번쩍 빛나는구나 정도로 넘어가게 된다. 
비가 갑자기 쏟아지는가 하면 어느새 해가 쨍쨍하다.

나는 아직도 어디를 가야할지 모른 채 숙소에서 1시간 이내의 거리를 벗어나지 않고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길거리를 걷다가 이대로는 도저히 일사병에 걸리겠다 싶어서 에어컨이 있을 것 같은 갤러리에 들어갔다.
 

 
국립갤러리라고 하는데 정말 볼 것이 없었다. 태국왕들이 그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왕족들을 그린 것 같은 그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낙서와 (아마도 태국왕들이 그린 듯)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조각들이 몇 개 있었다. 티켓 값이 턱없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왕의 이름값이었던 것이다. 긴 홀을 지나 다른 전시실로 들어가니 화려한 색채의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쌀을 형상화해서 만든 그림 같았다. 색감이 따듯하고 정열적이면서도 생산적이었다. 그림에 흥미를 잃은 나는 어쩌면 시원한 곳에 더 머무리기 위해 감흥을 일으키려고 애썼는지도 모른다. 




어쩜 이렇게 하는 것 없이 하루가 금방 갈 수 있을까.
오늘 하루 여행경비를 계산해보니 밥 값 보다 냉커피 값이 더 많이 나온 것 같다.
도대체가 물가를 알 수가 없다.
곱하기를 해보아도 현실감이 없다. 내가 쓰고 있는 지폐는 화폐가 아니라 마치 무슨 종이짝으로 물물교환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조개껍질 대신 종이를 몇 장을 지불하고 그들은 내게 필요한 현물을 준다.
해외에서도 주로 신용카드를 썼었는데 한국돈을 달러로 바꾸고 그걸 다시 태국 바트로 바꾸다 보니 안그래도 없던 경제 관념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태국에 올때 카드를 쓸게 아니라면 한국돈을 바로 태국바트로 바꾸는 것이 유리하는 것을 알았다. 나는 지금 방콕이고 온몸이 역시 가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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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푤라
2011/07/04 08:50 여행


늦은 아침을 먹고 인근 탐사에 나서기로 한다.

지도를 손에 넣었으나 나는 지도를 보지 못하는 질병이 있어 별 소용은 없겠지만 유일한 구원이기에 꼭 쥐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역시나 지도는 소용이 없었다. 다만, 지도가 있어서 사람들에게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체크를 받기는 쉬웠다.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네비게이터의 현재 나의 위치가 그려지는 것처럼 보폭을 확인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지 못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목적지도 방향도 없는 나는 그저 발길이 닿는대로 가고 싶었다. 호기심을 부르는 곳이 있으면 그곳으로 가서 사람들에게 지도에서 지금이 어디쯤인가 체크하곤 하는 식이었다. 다행히 숙소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지지는 않았다. 대략 한 시간 내외로 오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땀이 비오듯 했고 햇빛은 더럽게도 공평하게 내리 꽂고 있었다. 모자가 없고 모자를 쓰기가 귀찮았다.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망친 태양빛을 고스란히 받으며 숲속도 아닌 매연 가득한 땅바닥을 죽어라 걸었다.
 

어떤 대학교를 들어가니 똑같은 옷을 입은 학생들이 오리엔테이션이라도 하는지 율동을 연습하며 서로 동작을 맞춰보고 있다. 총리와 국왕이라는 독특한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는 태국은 한때 대학생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학 또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위대의 한복판에 있었는데 지금 보는 아이들은 애떼보이고 다른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생기발랄하다. 조금은 고등학생과 같은 모습이라고나 할까.
(오늘자 신문에 탁신의 여동생이 총리가 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오산 거리를 조금만 벗어나니 현지인들이 엄청 많았다. 도로가 뒤엉킬 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차가 매연을 뿜으며 지나간다. 사원이 참 많기도 하다. 맞아 이곳은 불교의 나라이지.



사원 근처에는 온통 부처와 불교용품을 파는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젊은 스님들은 치렁치렁 승복을 입고 열심히 쇼핑에 몰두하고 있다. 그토록 많은 불교용품들이 어떻게 다 소비되나 궁금했는데 태국 길거리를 한시간만 걸어다녀도 그 물품들을 거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시장을 벗어나니 공원이 있고 제법 큰 복권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한국에도 복권 1등 당첨된 곳엔 사람들이 밀리듯이 이 곳 또한 어떤 상점은 파리를 날리고 어떤 상점은 사람들로 장사진이다. 어디에서나 미래를 향한 허망한 꿈들을 팔고 행운의 복권 한 장 쥐기 위해 불볕 더위 속에 땀에 젖은 사람들의 긴 줄이 있다.



국립박물관 앞을 지나가는데 유창한 영어로 한 아저씨가 내가 말한다.

이곳은 돈을 내야하고 곧 문을 닫을 시간임으로 내일 오는 것이 좋겠다고...

마침 다리도 아파 아저씨의 옆의 빈 의자가 보이기에 앉아도 되냐고 물으니 흔쾌히 자리를 내어주신다. 이것저것 한참 수다를 떨었다. 생각보다 꽤 걸은 모양이다. 다리가 뻣뻣해 주기 시작한다. 여행자거리 길거리에는 나 같은 여행자를 위해 발마사지를 해주는 곳이 많다. 냉큼 앉아서 내 생전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는 호사를 누린다.
 

완전 좋다. 다리가 조금 풀렸으니 다시 걷기를 시작한다.

커피숍과 술집은 길거리 카페가 아니라면 비싼 편이다.
와이파이는 잘 터지지만 에어컨이 있는 커피숍이나 음식점은 단 한군데도 본적이 없다.
 

내일은 투어를 할 것인가? 아무런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어느 지방을 갈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보트를 타나? 시장엘 가나? 낯선 사람들 틈에서 길을 잃고 시골 쥐 마냥 거리를 기웃거린다.

더운 건 서서히 적응이 되어 가는 것 같은데 길을 걷다 얼굴에 땀방울이 맺히는 경험은 서울에서는 결코 하지 못할 것이다. 저녁때는 인도에서 왔다는 남자 사람 두 명과 저녁과 술을 먹었다. 좀 집쩍대는 경향이 없지 않았으나 과감하게 물리쳐 주시고 돌아오는 길 광란의 카오산 거리를 나름 즐긴다. 마사지 후 많이 걷지 않았어야 하는데 다시 걷는 바람에 마사지 효과를 느낄 수가 없다. 내일 아침 눈 뜨자마자 마사지 샵으로 달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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